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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여든 살 어머니의 첫 풍경화, 화가 아들도 놀랐다

 

 
팔순 기념 시화전 준비하다 펜화서 뜻밖의 재능 발견 "구도 완벽" 전문가도 감탄 81세 ‘초짜 화가‘ 김연기 아들과 ‘2인전‘ 첫 전시회 "단언컨대, 81년 인생이 고스란히 담긴 풍경화는 이번 전시의 백미입니다. 처음 이 전시를 준비할 때만 해도 작가 아들과 그를 길러 낸 어머니의 이야기였는데 지금은 작가 김연기와 작가 허병찬의 2인전입니다. 당신의 남은 인생은 작가 김연기로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전시를 소개하는 허병찬 작가의 목소리가 떨린다. 부산 중구 신창동 BNK갤러리에서 내달 4일까지 열리는 김연기·허병찬 2인전 ‘어머니의 詩(시)‘는 특별하다. 사실 미술판에서 모녀, 모자, 부녀, 부자 작가가 그리 놀라운 건 아니다. 부모의 재능이 자연스럽게 자녀에게 전달돼 부모와 자녀가 같이 작가의 길을 걷는 경우도 많고 스타 작가도 있다. 김연기, 허병찬 모자 작가의 2인전이 특별한 건 81세라는 나이에 첫 데뷔 전시를 하는 어머니 김연기 작가 때문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김 작가는 자신의 이름 뒤에 작가를 붙이는 것조차 어색하고 부끄럽다고 고백한다. 인터뷰하자는 기자에게 부끄럽다며 자꾸 전시장 구석으로 도망칠 정도이다. 처음부터 이런 전시를 준비한 건 아니었다. 어머니의 팔순 잔치를 준비하던 삼 남매가 어머니가 틈틈이 취미로 쓴 시로 책을 내자는 이야기를 했고, 전업작가인 막내아들 허 작가가 팔순 잔치 대신 어머니의 시에 자신이 그림을 그려 시화전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 전시가 기획됐다. 시화 작품만으로는 전시가 심심할 것 같아 몇 주 전 허 작가가 어머니에게 작은 그림 몇 개라도 그려보라고 했고, 며칠 만에 받은 어머니의 그림은 놀라웠다. 그림 교육을 단 한 번도 받지 않았고 심지어 학교에서 미술부 활동조차 한 적이 없는 어머니가 펜 하나로 전문가에게도 쉽지 않은 풍경화를 그린 것이다. 눈이 침침해 전화번호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어머니는 펜 하나로 구도와 명암까지 완벽하게 표현했다. 전시장을 찾은 허 작가 동료가 "이건 말이 안 된다.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건 거짓말"이라며 허 작가와 논쟁을 벌일 정도였다. "집에 앉아 기분대로 쓱쓱 그렸는데 아들이 잘 그렸다고 하네. 엄마라고 저렇게 말해주는 것 같아." 그림 칭찬에 김 작가가 손사래를 친다. 하지만 전시장에서 본 그림은 기존 작가에게 느낄 수 없는 자유로움과 신선함이 넘친다. 아들은 "어려운 시대에 태어나 어머니가 재주를 제대로 펼치지 못하셨던 게 자식으로서 못내 죄송할 뿐"이라는 말을 나지막이 전한다. 그림 실력도 놀랍지만, 어머니의 시가 전하는 감동도 만만찮다. 어렵게 삼 남매를 키운 이야기,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몇 년 전 암수술을 받기 위해 수술대에 오르던 심정까지 솔직하게 뱉어낸 언어가 가슴에 박힌다. 허 작가는 어머니께 드리는 마음을 그림 1천 장(원화)에 담아 5분짜리 애니메이션을 완성했다. 허 작가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나면 묵직한 여운 때문에 쉽게 자리를 뜰 수가 없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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